2019년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대학생 4,16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현재 전공에 회의감을 느끼고 다른 전공을 택하고 싶다는 응답이 39.9%에 달했습니다. 특히, 성적에 맞춰서 전공을 택한 학생들의 전공 만족도는 현저히 낮았는데요.

대학생 39.9%가 다른 전공을 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 잡코리아, 알바몬

이외에도 취업에 대한 기대, 진로 설정 여부 등에 따라 전공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달랐습니다. 과거 영국 졸업생들이 가장 후회하는 전공으로 심리학, 미술&디자인학, 역사, 지리, 정치학이 순위에 올라 화제가 되었죠. 그렇다면 한국 대학생들이 후회하는 전공은 어떤 계열인지 알아볼까요?

대학 신입생 중 전공 변경 희망자 비중 / dhnews

KDI 대학 신입생 설문조사(2018)에 따르면, 전공 변경 희망자 비중이 가장 높은 계열은 바로 인문 계열이었습니다. 인문을 제외하면 자연, 사회, 공학, 의약, 교육, 예체능 순으로 높았죠. 이는 전공별 만족도와도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전공 변경 희망자들의 경우 인문계열은 교육계열로, 자연계열은 의약계열로의 변경을 희망했습니다.

1위 전공에 대한 이유로는 비실용적 학문으로 일자리 기회가 제한된다는 점이 꼽혔다.

이는 미국 대학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취업 전문 사이트 집리크루에이터가 선정한 ‘가장 후회하는 전공’을 살펴보았는데요. 1위는 영어 및 제2외국어(42%), 그 뒤로 생물학 및 자연과학(35%), 교육(31%), 사회과학 및 법학(29%), 커뮤니케이션(27%)이 선정되었습니다. 한국과 일정 부분 차이는 있으나 인문 계열, 자연 과학 전공 학생들의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점에선 일맥상통하죠.

공학, 의약, 교육 분야 만족도가 높은 건 취업률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2017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를 살펴보면 취업률이 높은 전공 1위는 의약 계열(82.8%), 2위 공학 계열(70.1%), 3위 교육계열(63.7%) 순이었죠. 인문, 자연, 사회계열 취업률은 위의 세 계열에 비해 저조한 편이었습니다.

문과 안에서도 경영, 경제, 통계 즉 상경 계열이, 이과 안에서는 전기·전자, 화학공학, 기계공학 일명 ‘전화기’로 불리는 전공자들이 취업 시장에서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예체능 계열의 경우 취업률과 관계없이 높은 만족도를 보였는데요. 전공 선택 단계에서부터 큰 결심과 준비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학생이 진정으로 ‘원해서’ 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 보입니다.

대학에서 내려진 학과 통폐합 결정에 반대하고 있는 학생들. / SBS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에서는 소위 ‘돈 되는 학과’들을 신설하고 그렇지 않은 학과를 통폐합하기에 이릅니다. 2016년부터 취업률이 높은 학과를 중심으로 학과를 개편하는 대학에 최대 3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대학가에는 이공계 위주의 학과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그 결과, 예체능, 순수 학문, 인문 계열 학과들이 소외되며 학생들과 대치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죠.

연세대학교에서는 삼성전자 취업을 보장하는 시스템반도체공학과를 신설했다.

대학에서 선호하는 ‘돈 되는 학과’ 들은 미래 유망한 직업과도 연관 있습니다. 2021년 신설되는 학과들을 살펴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고려한 이색 학과들이 눈에 띄는데요. AI 관련 학과, 로봇, 핀테크, 가상 증강현실, 드론, 모빌리티 등과 관련된 학과들이 있습니다. 인력 충원이 필요한 반도체, 빅데이터, 통신 분야에서는 입학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 형태로 관련 학과들이 신설되고 있습니다.

전공 변경을 원하는 학생들이 많은 만큼 우리나라 대졸자의 전공과 직업 간 미스매치는 50%에 달합니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죠.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발표한 ‘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시장 미스매치와 개선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미스매치의 주요 원인을 대학·전공에 대한 정원 규제로 들었습니다. 정원 규제가 대학·전공 서열화와 맞물려 학생들이 자신이 선호하는 전공보단 상위권 대학의 다른 전공을 택하는 모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죠.

이외에도 보건, 교육 등 특수 전공에 대한 정원 규제 역시 전공 선택의 쏠림 현상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는데요. 노동시장에 관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은 채 획일적인 시기에 모두가 전공을 택해야 한다는 점 역시 문제의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대부분의 자유전공학부는 폐지되고 있는 추세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수험생들 사이에서 ‘자유전공학부’, ‘자율전공학과’ 등이 높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보다 더 신중한 고민 끝에 전공을 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 대다수의 대학에서 자유전공학부 폐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한 연구의원은 전공 선택의 시기를 다양화하거나 취업률 이외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진로 관련 정보를 상담에서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대학생이 가장 후회하는 전공은 인문 계열, 미국 대학생은 영어 및 제2외국어였습니다. 사실, 이는 단순 수치에 불과하며 학교, 학과 분위기, 본인의 진로에 따라 만족도는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겠죠. 인생 항로를 결정지을 수 있는 4년간의 대학 생활. 후회하지 않도록 학과 선택에 있어 신중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