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사이에서 ‘기피과’ 여전
촌각을 다투며 생명 다루는 과들
“중환자실은 아수라장…” 신경외과
난도 높은 수술 자랑하는 흉부외과
24시간 뛰어다녀야 하는 응급의학과

정부가 14년간 동결된 의과대학 정원을 10년간 매년 400명씩 늘리기로 했습니다. 지역 간 의사 수 불균형, 중증외상 등 특수분야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죠.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무분별한 의사 인력 증원은 되려 의료비의 폭증과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는데요. 인력 부족이 아닌 억누르고 쥐어짜기 급급한 보건 의료 정책의 실패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피부과, 성형외과, 영상의학과 등은 꾸준히 인기과로 꼽히고 있다.

의과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 ‘기피과’와 ‘인기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비교적 환자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등이 대표적인 인기과죠. 이에 비해, 환자 생명과 직결되지만 그에 대한 보수도, 근무 환경도 열악한 외과는 의대생 사이에서 기피 1순위인 과입니다.

이국종 교수는 무전기 지원조차 되지 않는 열악한 상황에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 news joins

일부 의사들은 기피과 문제에 대해 단순한 사명감을 떠나 현실적인 보수가 따르지 않기에 인력난, 기피과 문제 등이 벌어지고 있음을 지적했죠. 오늘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존경받으며 촌각을 다투는 몇가지 과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 “중환자실은 아수라장…” 신경외과

2년 차 전공의가 ‘아수라장’이라 표현할 만큼 환자들이 사활을 오가는 대표적인 과, 신경외과. 생명과 직결된 뇌와 척수 등 신경계를 다루기에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인데요. 신경외과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기본 5시간이 넘는 수술 시간입니다. 복잡한 수술의 경우 최대 24시간 동안 이어가기도 하죠. 혈관, 신경을 잘못 건드렸다간 합병증이나 마비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없어 수술실에선 신경이 날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수 십 년 경력을 가진 전문의들 역시 “1,000번의 수술 사례가 있어도 매번 다르다.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라고 이야기할 정도인데요. 응급이나 난도가 높은 수술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기에 긴장감이 매우 높습니다. 수술 전후에 다양한 과들이 개입되기 때문에 대학병원 이외에는 레지던트 TO가 거의 없어 전공의 수 역시 현저히 적습니다.

게다가 뇌출혈, 뇌동맥류 등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자칫 위험해질 수 있어 긴급 상황 역시 잦죠. 덕분에 수련의, 전문의 가릴 것 없이 식사는 물론 씻는 것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미국에선 단연 평균 연봉 1위를 차지하는 신경외과지만 동양권에서는 보수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의사 구인 업체인 초빙닷컴 측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지역 기준으로 신경외과 전문의는 1500-1800만 원 정도를 받는다고 알려졌습니다.

◎ 외과의 꽃? 현실은 시궁창, 흉부외과

신경외과와 마찬가지로 심장과 폐, 대동맥 등 생명과 직결된 곳을 다루다 보니 대부분 까다로운 대형 수술로 이어지는 흉부외과. 높은 정밀도와 숙련도를 요하죠. 의료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은 데다 연차가 쌓여 교수, 과장급이 되어도 매일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떠날 수 없는데요. 방송 ‘극한 직업’에서 대동맥 응급 수술팀의 모습이 그려지며 매일이 긴박한 상황을 예상케 했습니다. 대동맥 파열시 사망률이 95%에 달해 모든 의료진이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했죠.

다양한 매체, 드라마에서도 그려지듯 흉부외과는 소위 말해 ‘돈’이 되는 과가 아닙니다. 수술을 하면 할수록 병원은 적자를 기록하고 한번 수술할 때마다 상당한 양의 혈액이 필요하죠. 게다가 수술 중 사망하면 그 손해는 병원에게 모두 돌아오는데요. 수입 역시 다른 전문의에 비해 낮기 때문에 한 해 레지던트 지원자가 20명도 되지 않아 배출되는 전문의 수 역시 극소수입니다.

마찬가지로 전공의 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업무 강도는 상상초월입니다. ‘다큐 3일’에 등장한 한 흉부외과 전공의, 전문의들은 대부분 식사를 포기한 채 쪽잠을 잤고 그마저도 자지 못해 3일간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죠. 실제로 많은 인턴, 의대생들이 흉부외과의 초췌한 몰골과 높은 수술 난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의료사고에 마음을 접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 24시간 불 켜져 있는 응급의학과

응급상황에서 1차적인 진료와 응급실을 담당하는 응급의학과. 응급실 특성상 생명이 위독한 환자가 내원하는 경우가 많아 심폐소생술, CPR을 가장 많이 하는 과입니다. 간신히 목숨을 살려두고도 CPR 부작용으로 생기는 갈비뼈 골절 등의 합병증으로 환자 보호자들의 클레임에 시달리기도 하죠. 2015년 응급의학과 전문의 총 조사에 따르면 본인이 생각하는 은퇴 시기는 58.5세, 탈진, 건강, 나이, 야간 당직에 대한 부담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24시간 내내 응급 환자가 들이닥치는 이곳의 의사들은 야간 당직, 과도한 근무시간 등으로 고통받는데요. 1초라도 아끼기 위해 뛰어다니는 모습 역시 흔합니다. 또, 응급 수술로 인해 피투성이가 된 수술실의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죠. 고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비보 역시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사실 응급의학과는 다른 과 의사들의 존경심을 받기보다 갈등이 잦은 과이기도 합니다. 다른 진료과 전문의들과 전문성 문제와 업무 범위를 나누는 일로 다툼이 일어날 수 있는데요. 대개 긴급 이송된 환자의 수많은 케이스를 정리해 분류하고 외래로 올려보내는 과정에서 일반 과들과 충돌이 발생합니다. 한 방송에서 공개된 응급의학과 인턴 레지던트의 연봉은 3천만 원 내외, 전문의 기준 연봉 9천만 원, 당직 수당으로 월 100만 원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하루가 모자를 정도로 환자의 사활을 오가는 몇가지 과들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세가지 과 모두 환자, 의료진들의 존경심을 받을 정도로 높은 사명감을 필요로 했습니다. 다만, 해외 의료 인력에 비해 높지 않은 보수와 근무 환경은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보였는데요. 가까운 미래부터 외과 인력이 부족해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이 늘어날 것을 경고하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대책이 마련이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