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라며 욕 먹는 ‘사설 구급차 기사’
대부분 사설 구급차, 응급구조사 없어
정부, 재정 지원해 감시체계 확립해야

구급차 기사가 응급 출동을 하고 있다.

매일 바쁘게 움직이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가짜’ 아니냐며 손가락질에 욕까지 먹는다는 A씨. 심지어는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폭염 급 땡볕 아래 더운 차 안에서 24시간 대기해야 합니다. 주차공간과 대기실도 없어 그늘에서 편의점 캔 커피나 마시는 게 그의 유일한 쉬는 시간이죠.

구급차 기사는 생사를 오가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달려야 한다. SBS, 위키피디아

그의 고충을 알아주는 사람도 드물지만 오늘도 그는 생사를 오가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달려야 합니다. “돈 벌려고 생각했다면, 절대 이 직업 선택하지 않았겠죠”라며 사명감 하나로 버틴다는 A씨. 열심히 일하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욕 먹는다는 A씨는 대체 어떤 일을 할까요?

구급차 기사가 출동하고 있다. 조선일보, 유튜브 캡쳐, 오산소방서

◎생명 다루는 ‘사설 구급차 기사’

하루에도 몇 번씩 가짜 아니냐며 욕 먹는다는 A씨의 직업은 바로 ‘사설 구급차 기사’입니다. 사설 구급차 기사는 응급환자 이송뿐만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를 응대하고, 알콜 중독자나 정신질환환자 강제이송을 비롯해 고인 이송, 행사의료지원, 행사대기, 행사 구급차 등 다방면의 업무를 하죠.

사설 구급차 기사는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다. 금산소방서, 연합뉴스

사설 구급차 기사의 급여는 경력과 근무 시간에 따라 매우 유동적입니다. 초임 기본급여는 180~200만 원 내외밖에 안 되지만, 기본급여 외 수당도 별도로 나오고 간간히 보호자로부터 팁도 받을 수 있죠. 1종 보통 운전면허만 있으면 취업이 쉽고, 운전만 차분히 잘 할 수 있다면 오래 근무할 수도 있습니다. 생명을 다루는 업무다 보니 A씨처럼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도 있죠.

사설 구급차 교통위반 건수가 늘고 있다. YTN, 연합뉴스

◎열악한 환경, 응급구조사 인력 부족

하지만 사설 구급차 기사는 24시간 5분 대기 조에 응급환자 없이 사이렌 울리는 일부 사설 구급차 때문에 생긴 편견으로 손가락질에 욕까지 먹어야 합니다. 실제 사설 구급차가 응급환자 없이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례는 2013년 2418건, 2014년 3153건, 2015년 3397건이었죠. 심지어 연예인을 이동시키기 위해 사설 구급차를 이용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사설 구급차애 배치된 의료인력은 열악하다. 응급의료통계연보

게다가 사설 구급차는 근무환경도 열악합니다상당수의 사설 구급차는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응급구조사 인력을 확보하지 않은 채 운영 중이죠실제 지난 2018년 응급의료통계연보에 따르면구급차 1대당 응급구조사 인력이 의료 기관은 3.85, 119구급대는 7.12명이었지만 민간이송업체는 1.25명에 그쳤습니다사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8조에 따르면 구급차가 출동할 때에는 응급구조사나 의사간호사 등 의료 인력이 동행해야 하는데도 말이죠.

서울 법인 택시기사는 응급구조사가 없다는 이유로 사설 구급차를 막아섰다. 사사건건플러스, 클립아트코리아

◎응급구조사 없는 깡통 구급차가 초래한 불신
 
이에 최근엔 응급 환자를 이송 중이던 사설 구급차 기사와 서울 택시기사 간 접촉사고 소식이 언론을 뜨겁게 달궜습니다해당 택시기사가 사고 난 사설 구급차에 응급 구조사가 없다는 이유로 응급상황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사고처리가 먼저라며 구급차를 막아 섰기 때문이죠.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 기사를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청원 참여인원이 70만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홈페이지

이에 청와대 홈페이지엔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 기사를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청원은 16일 기준 참여인원이 70만 명을 넘어섰죠. 또 일각에서는 단순히 택시기사를 욕할 게 아니라, 국내 응급차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국가가 사설 구조 업체의 재정을 지원하고 정부 차원의 감시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었죠.

모양 다른 구급차도 일단 모두 배려해줘야 한다. 한국경제

◎모양 다른 구급차, 모두 배려해야

이에 우리는 소방청 소속의 119구급차만 믿고 배려해줄 게 아니라, 사설 구급차 외 다른 종류의 구급차도 존중해줘야 합니다. 우리나라 구급차는 소방청 소속의 119구급차와 사설 구급차 말고도 ▲보건소 구급차 ▲대학병원 구급차 ▲운구용 구급차 ▲군용 구급차 ▲경찰 소속 구급차 ▲법무부 소속 구급차 등 종류가 다양하죠.

장의차와 대학병원 구급차, 군용 구급차가 출동 대기 중이다.

그 중에서도 운구용 구급차는 죽은 사람을 장례식장으로 운구하는 구급차입니다법무부 소속 구급차는 교도소나 구치소 의무실에서 진료가 곤란한 중증의 수용자를 외부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한 구급차죠. 수용자의 탈주를 막기 위해 창문에 보호봉도 있습니다생긴 모양은 달라도모두 생사를 오가는 응급환자를 실은 구급차인 셈입니다.

구급차가 시민들의 배려로 모세의 기적처럼 지나가고 있다.

오늘은 일부 사설 구조업체의 잘못이 초래한 편견 때문에 애를 먹는 사설 구급차 기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전문가들은 정부가 사설 구조업체를 건강보험체계에 편입시키는 등 재정적으로 지원해 이를 근거로 감시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이에 정부는 생사를 오가는 이들을 위해 열심히 달리는 사설 구급차 기사의 근무환경을 하루빨리 개선해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