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패피들의 사랑받은 ‘안전지대’
2000년대 초반 소리 없이 사라져
박선묵 회장→박기표 대표, 세대교체
돌아온 2020 안전지대, 행보는?

하이엔드 브랜드로 인식되는 구찌, 루이비통 등에서도 스트리트 패션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내놓고 있다. / instagram@gucci, @callmegray

패션에 일가견 있는 소위 ‘패피’들의 SNS 계정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스트리트 브랜드입니다. 스케이트 보더가 추구하는 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슈프림, 반스, 하이엔드 브랜드로 자리 잡은 스톤아일랜드, 베트멍, 오프 화이트 등이 대표적인 예이죠.

추억의 브랜드로 자주 언급되는 티피코시, 게스

기존 보수적 체제에 반항하는 젊은 세대의 전유물 정도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구찌, 펜디 등의 해외 유명 브랜드에서도 스트리트 패션 스타일의 제품을 내놓으면서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데요. 90년대, 한국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던 추억의 스트리트 브랜드가 있습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도 등장한 안전지대

◎ 90년대 스트리트 브랜드, 안전지대

1986년 론칭된 의류 브랜드 ‘안전지대’를 기억하시나요? 당시에는 드문 한자 로고가 은색 자수가 들어간 디자인으로 요즘 말로 ‘힙’한 젊은 세대 사이에서 각광받았습니다. 시그니처인 한자 로고와 과감한 디테일, 블랙&화이트로 브랜드의 콘셉트를 확실히 했죠. 사실상 국내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의 원조격이나 다름없습니다.

97년도 동아일보에 실린 안전지대 광고 / donga, dailyhankook

당시만 해도 한자 로고와 은색 자수 디자인은 일본 록밴드, 폭주족 등을 연상시켜 비난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에 안전지대에서는 지면 광고에 ‘우리는 비행 청소년에게 옷을 팔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등장시켰습니다. 파격적인 삭발을 선보인 그룹 쿨 출신 고 유채영은 브랜드 이미지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지면 광고를 찍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안전지대를 상징하는 로고가 등장해 향수를 불러일으켰죠.

박선묵 회장은 안전지대 스타 마켓을 운영하기도 했다. / 패션비즈, itooza

◎ 성연 박선묵 회장 → 박기표 대표 세대교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사랑받았던 안전지대를 론칭한 인물은 ‘Safety Zone’을 설립한 박선묵 회장입니다. 그는 이대, 동대문, 명동 등 인파가 모이는 서울 주요 지역에서 매장을 운영했죠. 하지만 패션 업계에 변화의 물결을 맞은 2000년대 초반, 안전지대는 사라지게 됩니다.

박기표 대표의 현재와 과거

물론, 그 사이에 브랜드 ‘MAGICO’, ‘RUMORS’와 편집숍 ‘보물찾기’를 론칭하는 등 패션 업계에서 꾸준히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2002년에는 ‘Safety Zone’ 미국지사를, 2018년 현재 안전지대 브랜드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주)성연그룹을 설립하기에 이르죠. 박 회장의 아들, 박기표 대표가 안전지대 브랜드를 물려받았는데요. 과거 코미디 TV ‘애완남 키우기-나는 펫 시즌 5’에 출연한 이색 이력이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연예계 활동을 마무리한 후 유학을 떠난 이탈리아에서 안전지대 브랜드 재론칭을 꿈꿨죠.

◎ 돌아온 ‘2020 안전지대’, 파격적인 행보

박 대표는 2020년 ‘안전지대’를 새롭게 론칭했습니다. 시그니처였던 한자 로고와 과감한 디테일에 현대적 감성을 더했죠. 오래전부터 여러 유통사, 브랜드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았던 데다 로드FC 대국민 격투 오디션 ‘맞짱의 신’의 협찬사로 참여하며 적절한 시기를 잡았습니다. 방송을 통해 노출된 ‘안전지대’ 제품 일부 반응 역시 폭발적이었습니다.

instagram@safetyzone_official

가죽, 스팽글 등 과감한 디자인은 물론, 이탈리아에서 현지 생산처를 발굴해 프리미엄 라인에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Made in Italy’를 단 제품들은 모두 핸드메이드로 제작해 아우터 기준 100만 원 대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안전지대 매장 내 비키 코너

이외에도 도그(DOG)를 캐릭터로 활용해 직접 매장에 개를 배치하는 등의 파격적인 시도를 이어간다고 하는데요. 애견 용품 판매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안전지대 모델로 발탁된 정승현은 박 대표와 함께 매장 내 비키(이탈리아 애견용품) 대표이자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죠.

가로수길에 오픈한 안전지대 플래그십 스토어 (상단), 주식회사 성연의 매출액과 영업이익(하단) / tenant news, 사람인

안전지대는 최근 가로수길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했습니다. 총 40평 규모의 매장을 중심으로 유통을 넓혀갈 계획이죠. 현재 3년 차인 (주) 성연 그룹은 자본금 4억 원, 사원수 10명 규모의 중소기업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매출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람인에 공개된 매출액은 927만 원, 영업이익 -6,733만 원으로 공개되어 있습니다.

가로수길 매장 잡화존(상단), 안전지대 시니어 모델 / tenant news, 안전지대

가로수길 매장에서 액세서리, 주얼리 등을 판매하는 잡화존은 회전 초밥집에서 영감을 얻은 레일 디스플레이로 화제가 됐습니다. 이외에도 가수 태진아, 전 권투선수이자 가수로 데뷔한 황충재 등을 모델로 기용하며 안전지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죠.

애견용품 브랜드 비키 역시 ‘2020 대한민국 파워브랜드 대상’ 애견용품 부문에서 수상했다.

트로트 열풍이 맞물린 데다 태진아의 새 음반 ‘고향 가는 기차를 타고’의 커버에는 안전지대 브랜드 제품을 착용한 태진아의 화보가 실렸습니다. 덕분에 ‘2020 대한민국 브랜드 대상’에서 패션 브랜드 부문 ‘2020 대한민국 파워브랜드 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박 대표는 향후 계획에 대해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생산처인 이탈리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 상표 등록을 마친 상태죠. 젊은 세대에는 과감한 ‘스트리트 브랜드’로, 이외의 세대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안전지대.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