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빚 있어도 근무 가능
평균 임금 월 757만 원, “1년에 1억”
보합제, 소개비 등 갖가지 명목으로 떼여
외노자에 밀려 승선조차 쉽지 않아
극한의 근무 환경, 원양어선의 현실은?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이태원 클래스> 주인공 박새로이(박서준 분)는 출소 후 사업 자금을 모으기 위해 원양어선에 올라탑니다. 약 7년 후, 그는 2억 후반 대의 자금으로 가게를 오픈하는데 성공하죠. 해당 에피소드는 많은 청소년, 직장인 시청자에게 적잖은 충격을 선사했습니다. 막연하지만 비교적 빠르게 높은 수입을 벌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죠. 특히, 군 제대를 마친 청년들이나 대학 입시를 두고 고민하는 청춘들이 관심을 가졌는데요. 실제로 이들 생각처럼 원양어선에 오르기만 하면 인생 역전이 가능할까요?

◎ 신용불량자도 탈 수 있다는 원양어선

원양어선은 말 그대로 먼바다에서 조업을 하는 배를 의미합니다. 국내에선 ‘새우잡이 배’, ‘참치잡이 배’로 불리기도 하죠. 그 결과 빚에 시달리거나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이 어쩔 수 없이 택하는 업이라는 인식이 강한데요. 한 원양어선 선원 모집공고에선 ‘해외여행 결격 사유 없으면 신용불량자도 가능’이라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 연안어선의 경우 원양어선보다 업무 강도가 강하고 급여가 적어 승선은 비교적 쉬운 편입니다. 하지만 원양어선에 선원으로 오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어떠한 자격 없는 초보자라면 더더욱 어려웠죠. 보통 직업소개소, 구인 어플을 통해 인력을 모집하는데요. 원양어선의 외국인 선원 비율은 73% 일 정도로 인건비가 비교적 저렴한 외국인이 대부분 채용됩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인 선원으로 원양어선에 오르기는 불가능에 가깝죠. 업계에선 한국인이라면 해기사 면허를 소지해야 승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4~5급 해기사가 주어지는 수산고등학교, 2~4년제 수산대학 졸업 후 3급 해기사를 취득하는 방법 등이 있죠. 젊은 연령의 경우 대다수가 관련 학교 졸업 후 승선근무예비역을 통해 기관사로 승선하는 추세입니다. 한 누리꾼이 공개한 원양어선 승선 및 채용 후기를 살펴보았는데요. 전과, 문신 여부, 군 입대 여부 등 까다로운 면접 절차가 눈에 띄었습니다. 채용된 후에는 어업 훈련소에 가서 훈련을 수련한 뒤 선원수첩을 받아 승선할 수 있었다고 했죠.

◎ 평균 임금 757만 원, 실제 급여는?

그렇다면 연봉은 어떨까요? 해양수산부는 ‘2019년 선원 통계연보’에서 한국인 선원 평균 임금이 469만 원, 원양어선의 경우 757만 원이라고 발표했는데요. 월별 기본임금(통상임금)과 시간외 수당, 상여금, 기타 수당이 모두 합쳐진 금액입니다. 실제로 한 유튜버는 원양어선에 오른지 1년 6개월 만에 1억 원의 수입을 벌어들였다는 후기를 공개하기도 했죠. 해외 취업 어선은 707만 원, 해외 취업 상선은 691만 원이었죠. 공개된 정보는 평균 임금이며 승선하는 배의 종류, 어종, 직급, 승선 기간 등에 따라 상이합니다.

원양어선 선원의 연봉을 이해하기 위해선 보합제의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어선의 봉급은 수산물 생산량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보통 원양어선에선 200만 원 초반 선의 기본급과 보합제에 따른 보합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보합제의 경우 계약 방식이 1년이 아닌 18개월, 21개월 등으로 선사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보합제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보합이 적용되기 위해선 일정 수준 무게를 달성해야 합니다. 그 이하이면 기본급밖에 받을 수 없어 보합금을 위해 무자비하게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죠.

대부분이 직업소개소 업체의 소개로 시작되기 때문에 소개비가 떼이는 점도 특이했습니다. 소개비는 기본급의 10% 정도였죠. 상선 전 배 수리가 필요하다면 도크 기간을 거칩니다. 이때는 세후 190만 원 선의 기본급만 지급됩니다. 일부는 소개소에서 제시한 금액과 전혀 다른 급여를 받아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그는 기본급 200만 원과 3개월마다 보합금 1,000만 원~2,000만 원 사이의 금액을 받기로 계약했는데요. 상선 후 받게 된 급여는 보합금와 추가 급여 정도였죠. 이외에도 월 500~700만 원이 가능하다는 소개소와 달리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월 300~400만 원 선이라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 의식주·인터넷 불가, 극한의 근무 환경

원양어선이 한 번 출항을 하면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 바다 위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육지에서 누렸던 쾌적한 의, 식, 주 생활을 잊어야 하죠. 식사는 급식 형태로 배식되기도 합니다. 식수를 제외하곤 바닷물로 씻고 헹궈야 하죠. 작업 시간은 작업마다 다르지만 평균 3~4시간, 이걸 하루에 3~4번씩 반복합니다. 식사, 수면 시간을 제외하곤 대부분 노동을 해야 하는 구조죠. 그 결과 선원 평균 연령대가 아주 높은 편인데요. 한국인 선원의 경우 50세 이상이 66.2%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일각에선 젊은 세대의 인력들이 감당할 수 없는 근무강도라고 강조했죠.

이외에도 각종 편의, 복지 시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긴장을 놓칠 수 없습니다. 특히, 육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조업을 하다 보니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에서 손쓰지 못하고 사망하는 이들이 많죠. 실제로 조업 중 사고사보다 심장마비, 기존에 갖고 있던 질병으로 사망하는 선원이 훨씬 많습니다. 또, 인터넷 신호가 약해 외부와의 소통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노동에 집중해야 합니다. 장기 승선을 하더라도 투표에 참여할 참정권은 주어지는데요. 선상투표용지를 전달받아 투표 후 팩스로 전송하는 방식입니다.

◎ ‘쾌적하고 안전한’ 원양어선 위한 노력들

원양어선 및 각종 어선 선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논란되며 해양 수산부는 대책 마련에 돌입했습니다. ‘근무하고 싶은 쾌적하고 안전한 원양어선’이라는 비전 하에 다양한 대책을 소개했죠. 근본적인 근로 여건 개선을 위해선 중간 육상 휴식기 도입과 선박 내 침실, 욕실 등 최소한의 선원 생활공간 확보를 위한 관리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죠.

원양어선 의료지원 확대를 위해선 원격 의료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발표했습니다. 또, 안전 강화를 위해 현재 30년인 평균 선령을 2025년까지 25년으로 낮췄는데요. 신조어선, 현존선, 수입 대체선으로 구분해 대책을 추진하기로 하였죠. 이외에도 외국인 선원과 국제 옵서버에 대한 인권 침해 예방을 위한 방안 역시 추진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바다 위에서 장시간 노동하는 이들의 기본적인 휴식 시간, 인권이 지켜지는 방향으로 근로 여건이 개선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