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라고 모든 걸 잘하는 건 아닙니다. 재계 1위인 삼성 그룹도 늘 성공하진 못하죠. 대표적인 예로는 르노 자동차에 인수된 삼성 자동차가 있습니다. 자동차를 좋아했던 이건희 회장이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사업이었죠. 하지만 외환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무너졌습니다. 이후 2000년부터 르노삼성자동차로 운영되고 있죠.

이외에도 삼성은 많은 실패를 맛보았는데요. 그중에서도 ‘명품’소리를 들었음에도 사라진 삼성의 브랜드가 있어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의 계열사이자 조선업계의 빅 3인 삼성중공업이 작심하고 시작했지만, 결국 소리 없이 사라져야 했던 삼성의 아파트 브랜드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사라질 수밖에 없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1. 대기업의 아파트 브랜드


아파트 천국이라고 불리는 한국에는 참 많은 아파트 브랜드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평판이 좋은 자이, 아이파크, 푸르지오, 더샵, 롯데캐슬, 힐스테이트 그리고 래미안은 모두 대기업 건설사의 브랜드로 2017년 아파트 브랜드 평판 지수 순위에서 상위권을 모두 차지한 브랜드입니다. 이 중에서 래미안은 삼성물산의 아파트 브랜드죠.

평판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래미안 관련 인력을 5년 연속 흑자 감원을 하고 있어 삼성물산이 주택 사업을 접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삼성은 한번 아파트 브랜드를 포기한 전례가 있죠. 그 전례이자 삼성중공업이 포기한 아파트 브랜드가 ‘쉐르빌’입니다. 삼성 쉐르빌은 ‘살아 보고 싶은 아파트’로 로망이 된 래미안과 달리 ‘명품’을 달고 있던 아파트 브랜드였죠.

2. 삼성 쉐르빌


쉐르빌이란 브랜드 네임은 프랑스어로 shere(편안한)과 vill(마을)의 합성어로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주거공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첨단 홈 빌딩 시스템과 보안 시스템을 갖춘 걸로 유명했죠. 신발장에는 환기설비가 설치되어 있어 신발장에서 냄새가 나지 않도록 했습니다.

2009년 세워진 금정 삼성 쉐르빌은 모서리 없는 라운드 디자인을 내세웠는데요. 아파트의 각종 모서리를 라운딩 처리하였습니다. 천정형 에어컨과 실크 벽지, 친환경 인증받은 마룻바닥으로 시공되었죠. 주방에 있는 빌트인 드럼세탁기가 특징인 쉐르빌은 홈 오토시스템 ‘삼성바하’를 통해 방문자 확인, 유선전화, 비상 콜, 공동현관 문 열림 등을 지원했습니다.

1년 뒤의 용인 포곡 삼성쉐르빌에서는 위의 라운드 디자인을 찾아볼 수 없는 대신, 넓은 신발장과 일반 아파트보다 5cm 더 높은 2.35m의 천정을 자랑했습니다. 쉐르빌은 높은 층고와 천정고로 입주자에게 쾌적하고 탁 트인 공간을 제공했었죠. 도림천역 쉐르빌의 경우 층고는 3.4m, 천정고는 2.6m로 포곡 쉐르빌보다 천정고가 높았습니다.

3. 부동산 침체


삼성은 삼성중공업의 쉐르빌과 삼성물산의 래미안으로 두 개의 아파트 브랜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종합 시공 능력 평가액 순위가 2003년 11위에서 2012년 26위로 15단계나 떨어지고 1조 원을 넘었던 그간의 매출을 2012년에는 달성하기 어렵게 되었죠. 2013년 쉐르빌의 한 아파트는 분양률이 37%에 불과해 최대 1억 원까지 분양가격을 할인해주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기존 입주민의 거센 저항을 받아야 했습니다.

4. 연속성을 잃은 쉐르빌


이처럼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자 삼성에서는 쉐르빌의 시공사인 삼성 중공업을 본업인 조선업에 집중하도록 했습니다. 사실상 쉐르빌 브랜드를 포기한 것입니다. 더불어 래미안의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주택 사업을 전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죠. 그 결과 기존 계획 외의 쉐르빌 아파트는 신축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 공인 중개사는 “쉐르빌 외에도 여러 브랜드의 대규모 아파트가 잇달아 들어섰지만 쉐르빌은 브랜드 밸류에서 앞서기 때문에 경기 불황에도 가격 인하 억제력이 크다.”라고 했는데요. 삼성이 쉐르빌 브랜드를 포기하면서 당시 쉐르빌 입주민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쉐르빌이라는 브랜드가 연속성을 잃었으니 브랜드 가치가 감소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죠. 브랜드 가치 하락은 곧 집값이 하락을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삼성물산이 쉐르빌을 담당하게 되었다며 후광효과를 기대하는 입주민도 있었습니다. 래미안이 쉐르빌보다 브랜드 가치가 더 높은 상황에서, 래미안의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쉐르빌을 맡으면 오히려 브랜드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였죠.

상반된 의견 속에 삼성중공업의 쉐르빌은 삼성물산의 관리 아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래미안도 쉐르빌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돌고 있는데요. 위에서 언급했듯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지속적으로 인원 감축을 하고 있을뿐더러 이재용 부회장이 건설 부문을 ‘사고만 친다’라며 매각을 결정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죠. 결국 삼성의 래미안 브랜드가 쉐르빌처럼 조용히 사라질지, 아니면 앞으로도 살아보고 싶은 아파트로 남을지는 이재용 부회장의 손에 달린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