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주를 세계화하는 데 앞장선 기업이 있습니다. 전통주의 우수성과 한국의 이름을 널리 알린 그곳은 바로 국순당인데요. 백세주, 생막걸리 등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죠. 바로 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말이죠. 국순당은 이 사건으로 5년 연속 적자를 보게 되는 결말을 맞았는데요. 시장 점유율 1위를 하던 국순당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 진짜로 둔갑한 가짜 백수오

국순당의 하락세가 시작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당시 중년 여성들에게 백수오 관련 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습니다. 백수오가 여성 갱년기 증상 완화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서인데요. 국순당의 대표 제품인 백세주에도 백수오가 주요 원료 중 하나라고 알려져 많은 사람이 찾았습니다.

하지만 백수오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곧 문제가 됐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백수오 부작용 사례를 발견한 것입니다. 시중에 파는 32개 백수오 제품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진짜 백수오가 들어간 제품은 불과 3개뿐이었습니다.

국순당도 조사대상에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사한 결과 국순당에서도 식품 사용이 금지된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는데요. 이엽우피소는 백수오와 비슷한 외관을 갖고 있지만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식품 원료입니다. 이후 식약처는 원료를 압류하고 판매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국순당은 소비자 안심 차원에서 이엽우피소가 들어가지 않은 시중 제품을 모두 회수했죠. 이 과정에서 무려 8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 ‘백수오 파동’, 상장폐지 기로

국순당의 ‘백수오 파동’은 곧 적자로 이어졌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국순당에 대한 신뢰가 높았던 만큼, 소비자들의 배신감은 더 커졌는데요. 2015년을 시작으로 2016년 54억 원, 2017년 35억 원, 2018년 27억 원, 2019년엔 54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5년 연속 적자를 본 국순당은 결국 지난 2월 상장 실질 심사를 받게 됐습니다. 이와 동시에 주권 매매 거래가 정지됐는데요. 코스닥 시장 상장 20년 만에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게 됐습니다. 수십억 원의 영업손실과 당기 순손실을 낸 국순당은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렸습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통주 소비가 줄어들면서 경영난은 가중됐습니다.

◎ 백세주 신화, 지구 둘레 3.9바퀴 판매

국순당은 그야말로 전통주의 신화를 만들어 낸 기업입니다. 배상면 국순당 선대 회장은 1983년, 배한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전통주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이후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 배 회장은 외국인들에게 선보일 전통주가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껴 개발에 돌입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게 바로 백세주입니다. 백세주는 생쌀을 가루를 내 술을 담는 국순당 특허 기술인 ‘생쌀발효법’을 사용했는데요. 여기에 상극이 없는 12가지 생약재를 말린 후 가루를 내 원료로 사용했죠. 국순당은 이 제조법으로 1994년 KT(국산 신기술 인증) 마크를 획득했고, 1998년 주류업계 최초의 벤처기업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백세주는 2017년까지 총 27개국에 수출이 됐는데요. 26년 동안 약 6억 7300만 병이 판매됐습니다. 26년간 판매된 백세주를 한 줄로 이어놓으면 15만 5000km(한 병의 높이 23cm)로 지구 둘레(4만 km)를 3.9바퀴 돌릴 수 있는 양이죠. 또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경부고속도로(416km)를 186번 왕복할 수 있는 양이기도 합니다.

배상면 선대 회장은 백세주 출시와 함께 사명을 배한 산업에서 국순당으로 바꿨는데요.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을 하기 시작합니다. 백세주뿐만 아니라 생막걸리 등 전통기법을 살린 전통주들일 내놓으면서죠. 역대 최대 매출은 2011년 기록한 1243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후 국순당은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2014년엔 프랑스 파리에 우리 술 전문주점 ‘백세주마을 파리점’을 만들며 유럽 진출에도 성공했죠. 지난 2019년 미국 진출 10주년이 된 국순당은 현지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며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 신임 대표, 위기의 국순당 구할까

최근 국순당은 3세 경영 시대를 열었습니다. 배중호 전 대표의 아들 배상민이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됐는데요. 1981년생인 배 신임 대표는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인 모니터 그룹 서울 오피스에서 시니어 컨설턴트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2012년 국순당에 합류해 혁신사업본부장 등을 지냈습니다. 국순당 내부에서는 배 신임 대표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새 시대를 열어 벼랑 끝에 내몰린 국순당을 구하길 바라는 것이죠.

업계에서는 꽤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전통주 시장은 많이 축소됐지만, 국순당이 내놓은 술들은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순당의 백세주는 ‘우리 술 약주·청주’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고, 100억 유산균 막걸리는 ‘우리 술 탁주 생막걸리’ 부문에서, ‘국순당 쌀 막걸리’는 우리 술 탁주 살균막걸리’ 부문, ‘증류소 주려驪 40도’는 ‘프리미엄 소주 31도-53도’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또 국순당의 부채비율이 23%에 불과하다는 점, 1,697억 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기사회생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오는 5월 6일 상장폐지 결과에 관심이 집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