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시 합격률 90% 이상, 취업률 84%
신입 67%가 “퇴직 생각 중”
연봉 2천에서 5천까지 천차만별
자살, 이직, 퇴직으로 이어지는 사내 문화

높은 취업률만큼이나 이직률, 퇴사율 역시 높은 직업 중 하나다.

어느 직업이든 형용하기 힘든 고충이 존재합니다. 낮은 연봉이 될 수도 있고 사내에서의 인간관계, 적성 적합도 등 다양한 이유가 있죠. 그중에서도 극한의 감정 노동과 체력을 요하는 대표적인 직업이 있습니다. 번듯하고 큰 병원에서 환자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들은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는데요. 바로, 간호사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꿈꾸고 있지만 현실은 신입 절반 이상이 퇴사를 생각하고 있다는 간호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까요?

간호사 국가고시에 응시하는 남자 간호대생 숫자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는 모습(우)/대방고시학원

◎ 국시 합격률 96.2%인 ‘꿈의 학과’는?

2019 간호사 국가 고시 합격률은 무려 96.2%에 달했습니다. 간호대학 입학 후 교육 과정을 성실히 이수한다면 시험 통과에 있어 난도 자체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매해 90%가 넘는 합격률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인데요. 국내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2014년 기준 32만 명을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OECD 국가 중 1위 수준이지만 활동 간호사 수는 최하위에 해당하죠.

간호사가 되기 위해선 간호대학 또는 국군 간호사관학교에 진학해 교육을 받고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합니다. 2,3차 의료기관은 물론 보건소, 학교 보건실, 군대, 소방서 등 다양한 곳에서 근무할 수 있죠. 취업률 역시 84% 이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간호조무사와 함께 자주 언급되지만 두 직업의 가장 큰 차이는 간호 사에게만 부여되는 의료인으로서의 자격입니다. 이외에도 교육 기간 역시 간호사는 3~4년인데 비해 간호조무사는 1년으로 차이가 있죠. 보통, 1차 의원의 경우 간호조무사가 95% 정도의 비율이지만 2차 종합병원, 3차 상급종합병원에선 간호사가 80~85%의 비율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신입 간호사들의 근무 100일을 축하하는 백일잔치. 다양한 병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 100일 잔치, “출근 때 차에 치이고 싶다”

간호사는 특유의 군기 문화, 높은 업무 강도로 악명 높은 직업 중 하나입니다. 특히 대형 병원에 입사 후 100일을 버티면 일명 ‘100일 잔치’를 열 정도죠. 신입 간호사 67%가 1년 내 퇴직을 고려한다는 통계 결과가 공개되었는데요. 이유는 과중한 업무량, 낮은 임금, 불규칙한 근무시간, 직장 내 괴롭힘 등이 차지했습니다. 수간호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여성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압도적인 성비로 인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성희롱, 하대(반말, 폭언 등)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간호사 근무 시간표

보통 3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는 데이(오전 7:30~ 오후 3:30), 이브닝(오후 2:30~오후 10:30), 나이트(오후 9:30~다음 날 오전 8:30)으로 나눠져서 출근하게 됩니다. 병원마다 시간대는 다를 수 있으며 근무 시간 8시간을 1~2시간 초과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하는데요. 전 시간 근무자와 다음 시간의 근무자 사이에 상황 보고인 인계 절차 때문에 출근을 더 일찍, 퇴근을 더 늦게 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죠.

불규칙한 근무시간은 물론 휴식 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국내 간호사들은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가 되어야 합니다. 1인당 5.3명을 맡고 있는 미국에 비해 한국은 16.3명을 맡고 있는데요. 그 결과 소진될 대로 소진된 베테랑 간호 인력들이 현장을 떠나 병원 간호사의 평균 연령은 28.7세로 매우 젊어지고 있습니다. 전체 활동 간호사의 76.4%가 20대죠.

태움 문화에 희생되어 세상을 떠난 간호 인력도 있었다.

모든 간호사가 체감하진 않지만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라는 뜻의 태움 문화 역시 근무를 하게 되면 겪는 현실 중 하나입니다. 한 현직 간호사는 꼬집고 때리는 것은 물론 폭언, 캐비닛의 물건을 모두 던지고 하루 종일 서있게 하는 등의 교묘하게 괴롭히는 행위 등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적나라한 사례들을 공개했습니다. 출근할 때 차라리 차에 치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는데요. 심한 경우 자살이라는 안타까운 선택을 한 이도 있었죠. 현직자들은 적은 임금,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받는 심적 스트레스 등을 태움이라는 문화로 해소하는 것이 아니냐며 복지, 처우 개선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대형 대학병원 측에선 젊고 튼튼한 간호 인력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 말 많은 간호사 초봉 알아보니 ‘천차만별’

국가시험을 통해 자격을 부여받고 의료진으로 일하는 전문 인력인 간호사의 연봉은 어떨까요? 초봉을 기준으로 최소 2천만 원 대부터 최대 4,600만 원까지 무려 2.5배 이상의 차이를 보일 정도로 천차만별이었습니다. 특히 병원 종별, 병상 수별 임금 체계에서 차이가 컸죠. 일반적으로 신규 간호사 초임 평균 연봉은 3년제 졸업자 기준 3,151만 원, 4년제 졸업자 기준 3,225만 원이었는데요. 병상 수에 따라선 200병상 미만은 2,818만 원, 400~599병상은 3,184만 원, 600~899병상은 3,485만 원이었습니다.

100일 잔치를 열만큼 업무 강도가 강하다는 국내 대표적인 빅5 병원들.

비교적 높지 않은 평균 연봉이지만 반대로 4,000~5,000만 원 이상의 초봉을 받는 이들도 있습니다. 소위 ‘병원 빅 5’로 불리며 서울 및 수도권 소재 간호 학생들에게 선호되는 유명 대형병원들인데요. 2017년 초봉 기준 서울 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은 세전 4,500~5,000만 원, 서울대학교 병원, 서울성모병원은 세전 4,000~4,600만 원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연봉 차이가 크다 보니 신규로 채용된 간호사 42.7%가 이직 경험이 있을 정도로 높은 이직률을 기록했죠.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를 체감한 이들은 오랜 시간을 쏟아 얻게 된 업을 포기하게 됩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선 간호 인력 부족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WHO 사무총장은 모든 국가 보건 시스템의 중추라고 표현하며 전 세계 간호사는 280만 명에 불과하며 증가하는 인구에 상응하기 위해선 향후 약 590만 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 고용 정보원 역시 2015년 약 204.5천 명에서 2025년 약 262.2천 명으로 10년간 57.7천 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죠. 인구의 고령화, 감염병 등의 위험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현시점 이후에도 간호 서비스의 수요는 더욱 늘 것으로 보입니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의료 인력난이 의료 시스템 붕괴로 이어져 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해도 속수무책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죠. 간호 인력 확보를 위한 처우 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마가 깊게 패일 정도로 환자 치료, 검사에 힘쓰고 있는 이들. 열악한 식사가 공개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간호사의 연봉, 근무 환경 등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최근 코로나 사태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간호사들은 많은 의료진과 함께 얼굴이 깊게 패일 정도로 투철한 직업 정신을 보여주었죠. 간호 인력, 장비 부족으로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은 간호사들이 등장하며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데요. 코로나19와의 전투에서 최전선에 있는 만큼 하루빨리 대책이 마련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