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소득 300 기본, 천만 원까지도
전 세계에서 한국에 유일하다는
의외의 고소득 직업은?

영화 <인어공주> 속 한 장면
한 대중 목욕탕의 내부 / 국립민속박물관

3D 업종. 어렵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이란 뜻으로 기피 업종을 의미합니다. 현재에는 전문 기술 인력의 위상과 소득이 높아지면서 단순히 기피하는 현상이 줄어들고 있는데요. 큰 소리로 짝짝 손뼉을 치며 손님들을 만나는 이 직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어이!” 등의 반말과 무례한 태도를 모두 감수하며 부끄러운 일로 통했지만 이제는 어엿한 명칭까지 생기며 대기업 임원들도 부럽지 않은 고소득 기술직으로 꼽힙니다. 대체 어떤 직업일까요?

◎ “어이 때밀이”? 정식 명칭 ‘목욕 관리사’

대중목욕탕, 목욕 업소 한편에 위치한 이들의 정체는 바로 목욕 관리사입니다. 과거 세신사, 때밀이로 불렸지만 한국 표준 직업 분류에 따라 목욕관리사라는 정식 명칭을 얻게 되었죠. 1960년대 이태리 타월 등장 이후 세신(때를 미는 행위)은 한국만의 고유한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보통 손님의 각질, 때를 벗겨내는 일 이외에도 최근에는 스포츠 마사지, 안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죠.

목욕 관리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전문 학원까지 생겼습니다. 피부 타입 등에 맞는 때밀이 기술을 전반적으로 배우게 되는데요. 한 사람의 때를 밀기 위해 숙지해야 하는 백여 가지의 연속 동작, 온몸을 사용하는 스포츠 마사지 기술 등을 배울 수 있죠. 물론 관련 자격증이 존재하진 않지만 학원에서 취업까지 연계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기술이 곧 경쟁력으로 통해 수강생 역시 적지 않은 편입니다.

방송 <서민갑부>에 등장한 한 목욕 관리사의 하루 매출은 243만 원이었다.

목욕 관리사 학원 관계자와 수강생의 후기에 따르면 지역별, 피부 타입별로 때를 미는데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하는데요. 비교적 부드럽고 섬세한 때밀이를 원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선 강하고 힘 있는 때밀이를 선호하죠. 경상도 지역에선 장타월을 써서 길게 때를 밀고 서울에선 반타월로 수건을 넣어 밉니다. 성별에 따라서도 남성은 수건을, 여성은 장갑을 끼고 때를 민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이렇게 전문 기술이 발달하며 경력자들 역시 학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 초보도 월 300 기본… 많게는 천만 원까지

방송 <밥은 먹고 다니냐>에 출연한 한 목욕 관리사의 수입은 천만 원 이상이다.

‘때밀이’로 불리며 천대받던 과거에 비해 목욕 관리사를 꿈꾸는 이들이 많아진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소득 때문입니다. 현직 목욕관리사로 일하는 이들에 의하면 비수기에도 최소 월 300만 원 정도의 급여가 보장되며 손님이 많은 성수기에는 월 600~700만 원까지도 벌 수 있다고 하는데요. 대부분 현금 거래인 데다 하루 10~17만 원 선의 일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영화 <한수탕> 속 한 장면

게다가 경력과 기술이 쌓이면 수입 역시 비례하게 늘어나죠. 경력 35년 차 전문 목욕관리사는 “월 천만 원 정도는 기본으로 번다. 대기업 임원 부럽지 않을 정도다.”라며 수입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하루 1~2만 원 정도를 수도, 전기, 자릿세 대가로 목욕탕 주인에게 지불하는데요. 일명 ‘일비’라고 불립니다. 물론 손님 수와 관계없이 일당제로 급여를 받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 해외에도 진출 가능한 전문 기술직

목욕관리사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장점은 무엇일까요? 일한 만큼 수입을 벌 수 있다는 점과 만족해하는 손님의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단골손님들과 유대감과 친밀감이 형성되어 감사 인사를 종종 듣곤 하죠. 반대로 육체노동 자체를 경시하는 사회적 인식과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도망가는 손님, 잦은 고객 클레임 등은 직업의 만족도를 떨어트리는 부분이었습니다. 체력적인 소모 역시 만만치 않았죠.

한국의 고유한 문화이기 때문에 해외 진출을 노리는 이들도 많은데요. 혹자는 때밀이를 ‘원조 한류 문화’라 부르기도 합니다. 일본,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 진출할 수 있지만 그만큼 생소한 문화이기 때문에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한국인이 많이 분포하고 있는 해외 지역이나 도시에 목욕탕이 위치해있고 그 안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최근에는 목욕관리사로 활동하는 중국 교포들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 사라져가는 목욕 업소들, 전망은?

목욕관리사의 경우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 전망이 좋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나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감소하고 있는 목욕 업소들을 생각해야 하죠. 명절 대목을 노렸던 대중목욕탕은 1990년대 후반 이후부터 감소해 20년간 3천여 곳이 문을 닫게 되었는데요. 일각에선 문을 닫는 목욕탕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목욕 업소 대신 경락, 마사지숍이나 호텔 등으로 눈을 돌려 근무지를 찾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목욕 관리사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반말과 함께 하대하며 존중하지 않는 손님도 많다고 합니다. 높은 연봉, 근무 환경 그 어떤 것으로도 직업에 귀천을 따질 순 없습니다. ‘좋은’ 직업의 기준은 모두에게 다를 테니까요. 자부심을 갖고 손님을 위해 일하는 전국의 모든 목욕관리사들, 이들의 앞으로가 더욱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