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위험 노출된 직장인들
근무 중 감염, “산재 처리되나요?”
코로나19부터 산재 인정 사례 살펴보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심상치 않습니다. 국내에선 확진자 수가 9천여 명을 넘어섰고, 미국에선 약 10만 여명에 달했는데요. 감염 위험이 높은 학교, 사업장 등에선 실질적인 대책 방안으로 개학 연기, 재택근무 및 휴업을 택했습니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유입되어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이 대폭 증가했는데요.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선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할 것을 발표했습니다.

한편, 출퇴근은 물론 인파가 집중되어 있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 역시 감염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데요. 그 결과 코로나19 감염과 관련된 재택근무, 유급 휴가, 산재 보험 처리 등의 제도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직장에서 근무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 산재 보험, 적용 기준 알아보니

흔히 ‘산재’로 표현하는 산재 보험은 산업재해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사회보험제도입니다. 업무 중 다치거나 질병에 걸려 4일 이상 치료를 요하는 경우 산재 보험 처리가 가능하죠. 사업자와 노동자가 각각 비용을 부담하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과는 조금 다른데요. 산재보험의 경우, 100% 사업주가 부담하게 되어있죠. 산업재해보상보험은 사업주가 낸 보험료를 기금 형식으로 관리해 재해 노동자에게 지급됩니다.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일치하지 않는 ‘타인을 위한 보험 계약’에 해당되죠. 노동자 1인 이상 고용(사용) 하는 모든 사업장은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입니다.

산재 보험 처리의 경우 노동자의 과실이 있더라도 문제가 없습니다. 업무 상 발생한 모든 재해에 대해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보상을 하고 있죠. 업무와 재해가 인과관계가 있음을 입증하면 됩니다. 산재 보험은 사업주가 아닌 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해야 하는데요. 신청서 작성, 제출 자체의 권리가 노동자에게 있는 셈입니다. 산재 여부는 근로복지공단에서 판단하죠.

◎ 직장 내 코로나19 감염, 산재 처리될까?

산재에는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보통 질병의 경우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선 업무와 감염의 인과관계가 필수입니다. 코로나19 역시 업무상 질병에 해당될 수 있죠. 직장 내에서 코로나19 감염자와 접촉으로 감염되었다면,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회식 자리, 사내 워크숍 자리와 같이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 행사 준비의 경우 참가 시간이 근무 시간으로 인정되는데요. 참가를 통상적, 관례적으로 인정한 경우라면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죠.

근로복지공단에선 코로나19에 대한 산재 보상 업무처리 방안을 마련해 이에 따라 요양, 보상 지원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이 아니어도 회사에서 동료 근로자로부터 감염되어 확진 판정을 받았다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아 각종 산재보상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업무와 감염의 인과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죠.

사업주의 지시를 받아 해외 출장을 갔다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 역시 마찬가지로 산재로 인정됩니다. 해외 출장을 위해 집에서 나서는 순간부터 귀가하는 순간까지 모두 출장으로 평가되는데요. 노동자의 사적 행위, 사업주의 지시를 위반한 행위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출장 경로에서 벗어나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사고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노동자가 개인적 여행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면 여행 자체로 사 측에서 징계를 내리는 것은 불가하며 출근을 강제할 수 없습니다.

감염의 위험이 상당히 높은 출, 퇴근길에 감염이 되었다면 어떨까요? 고용노동부 측에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을 사고가 아닌 질병으로 분류해 산재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편, 일부 법조계에선 감염인과 접촉한 것을 출퇴근 재해로 볼 수 있어 감염 역시 산재 인정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교통사고와 마찬가지로 노동자가 의도하지 않은 사고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감염인과의 접촉, 통상적인 경로로 출퇴근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 미세 먼지부터 고객 폭언…”산재 인정”

사무실이 아닌 다양한 사업장에서 산재로 인정된 사례들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는데요. 지난해 한 홈플러스 지점에서 캐셔 업무를 맡았던 직원은 고객에게 “여기서 일하는 주제에 왜 이렇게 말이 많아” 등의 폭언을 듣고 퇴근 후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습니다. 사망 전 고인은 남편에게 “오늘 진상 고객을 만나 정말로 너무 힘든 하루였다”라고 털어놓았죠.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 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는데요. 근로복지공단에선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심리적 충격을 받고도 충분한 휴식, 근무 조정 등 사업주의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신체 부담이 더욱 가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초미세먼지가 산재 원인으로 처음 인정되기도 했는데요. 경기 수원시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던 한 조리원은 2017년 5월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출혈로 쓰러졌는데요. 조리실의 열악한 환기시설과 높은 업무 강도를 이유로 산재를 신청했으나 처음엔 승인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후 공단의 판단에 불복해 5년간 초미세먼지와 높은 습도에 노출된 점, 조리원 인원이 줄어든 점 등을 근거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죠. 이에 법원 측에선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를 인정하라는 취지의 조정 권고를 내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업무와 질병 사이 인과관계가 명확해야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업무상질병 판정제도.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업무상 질병 판정 제도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감염 위험에 노출되어 근무하는 의료기관 노동자들과 같이 업무와 질병 사이 인과관계가 명확한 경우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공단 측에선 질병판정위 심의 기간을 줄이는 대책을 논의하고 있으나 의료기관 종사자만을 심의에서 제외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