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40%, 초당 비용만 2억
1억 명의 미국 시청자 사로잡은
현대자동차의 감각적인 한 수는?

슈퍼볼 중간광고에 130억씩 지불한 트럼프와 블룸버그. 트럼프의 광고는 평가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미국에선 매년 2월 첫째 주 일요일,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경기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슈퍼볼이 열립니다. 결승전에 1억 명 이상이 시청한다는 슈퍼볼은 매회 40~50%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하는데요. 폭발적인 시청자와 시청률만큼이나 광고 송출에 있어 엄청난 인기와 수요를 자랑합니다. 2020년 2월 2일 방송된 슈퍼볼에는 총 4번에 걸쳐 62개의 광고가 송출됐죠. 미국의 대선 후보 트럼프와 블룸버그는 물론, 글로벌 기업들의 광고가 등장했습니다. 그중 낯익은 한국 브랜드가 현지 매체에서 진행한 광고 선호도 조사에서 무려 2위를 차지했는데요. 바로 현대자동차입니다.

슈퍼볼의 30초당 평균 광고 단가. 1967년부터 꾸준히 상승해왔다. / business insider

◎ 1초에 2억? 정치인, 대기업도 줄 서

슈퍼볼의 30초당 광고단가는 전 세계 이벤트에서 가장 높습니다. 올해는 30초당 광고 비용이 560만 달러(한화로 66억 4,697만 원)까지 치솟았고 이를 초 당 계산하면 186,666달러(한화로 약 2억 2,156만 원)에 달하는데요. 가격만큼이나 명성이 높아 각 기업, 브랜드에선 가장 심혈을 기울인 광고를 내놓습니다. 슈퍼볼 경기가 끝난 후 각종 매체에선 광고 별로 순위를 매기고 수많은 쟁쟁한 광고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슈퍼볼을 시청하는 이들 4명 중 1명은 광고를 보기 위해 시청한다고 답할 정도입니다.

광고비만 수십억인 슈퍼볼 광고에 현대차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매달리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 이상의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 광고가 방영된 이후 매출에 영향이 있음은 물론, 인지도 상승에 효과적입니다. 포브스 분석에 따르면 60억 짜리 30초 스팟 광고로 가져올 수 있는 브랜딩 효과는 그 두 배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이를 입증하듯 슈퍼볼 광고 단가는 매년 상승하며 지난 50년간 125배가 증가했습니다.

youtube @ hyundaiUSA

◎ ‘smart park’가 ‘smaht pahk’이 된 이유

현대자동차는 2008년 한국 기업 최초로 슈퍼볼 광고에 참여하며 신차가 없던 2015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슈퍼볼 광고에 참여해왔습니다. 2020년 슈퍼볼 광고에선 주차가 어렵기로 소문난 보스턴에서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 rspa로 간단히 주차해내는 모습을 담아냈는데요. 실제로 도체스터, 폭스브로, 더 가든, 소구스 등 보스턴에서 가장 주차하기 어려운 구역들이 대사에 등장합니다. 해당 광고가 미국 시청자에게 공감과 재미를 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보스턴 사투리’입니다.

youtube @ hyundaiUSA

보스턴은 현대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광고에는 보스턴 출신의 배우들이 등장하는데요. 캡틴 아메리카로 유명한 크리스 에반스, 코미디언 겸 배우 레이첼 드래치, 배우 겸 감독인 존 크래신스키, 미국 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 출신 데이비드 오티스가 출연했죠. 이들은 모두 보스턴 사투리를 섞어 연기했습니다. 보스턴 출신은 아니지만 보스턴에서 레전드로 불리는 데이비드 오티스는 보스턴 사투리를 배우기도 했죠. 영상 제목이 ‘Smart park’가 아닌 ‘Smaht pahk’로 표기되어 있는 것 역시 r을 h로 발음하는 보스턴 사투리의 특징을 살린 것입니다.

youtube @ hyundaiUSA

한국에서 사투리 연기, 대사가 친근감을 불러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사투리 연기’의 묘미를 느낀 것인데요. 해당 영상은 새로운 모델에 대한 연비, 디자인을 자세히 풀어내기보다 단순히 주차를 쉽게 할 수 있다는 장면만으로 엄청난 광고 효과를 낳았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현지 시청자들은 “유튜브 광고가 모두 이런 식이라면 스킵 하지 않겠다”, “넷플릭스에서 이후 에피소드를 담아줬으면 좋겠다” 등의 뜨거운 반응을 보였죠.

youtube @ hyundaiUSA

◎ young&luxury? 제네시스 GV80

브랜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슈퍼볼 광고를 내보낸 현대 자동차 제네시스 GV80 광고 역시 호평을 들었는데요. ‘송별 파티’란 제목의 해당 영상은 미국 R&B 가수 존 레전드와 그의 아내 슈퍼모델 크리시 타이겐이 주인공입니다. 두 사람이 탑처럼 쌓인 오이스터(굴) 바에서 굴을 하나 집자 탑이 요란하게 무너지게 됩니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young&luxury’를 대표하는 부부가 기성 부유층 앞에서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이었는데요. 여기에는 제네시스 GV80이 기존 대형 SUV 모델, 브랜드에 경고하는 메시지가 숨어있습니다. 후발주자지만 새롭고 세련된 느낌을 가져가기 위해 존 레전드 부부를 캐스팅한 것이죠.

2009년(하단 좌측), 2019년 그랜저 광고. 누리꾼들은 10년마다 돌아오는 광고라는 추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 방탄소년단부터 그랜저까지 ‘통했다’

현대 자동차 광고 대부분은 출시되는 모델이 갖고 있는 상징성을 자연스럽게 녹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최근 더 뉴 그랜저의 광고 슬로건은 ‘2020 성공에 관하여’ 였는데요. 가수 듀스의 ‘나를 돌아봐’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던 학생들은 지나가던 그랜저를 보고 “성공하면 뭐 할래?”, “그랜저 사야지”라고 대화하죠. 해당 광고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랜저에 대한 향수와 새롭게 출시된 그랜저 모델을 자연스럽게 연결했습니다.

반대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간 사례도 있습니다. 그룹 방탄소년단은 현대자동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모델을 맡았는데요. 지난해 <제61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시상자로 참석한 이들은 팰리세이드를 타고 등장했죠. 특정 차종이 갖는 상징성보단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그룹을 모델로 기용하며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었습니다. 진입 장벽이 높은 자동차 시장에서 신규 고객 유입은 물론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성공했죠.

최근에는 SNS에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의 사진을 게재했는데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방탄소년단이 출연한 ‘글로벌 수소 캠페인’ 영상을 최초로 공개하며 높은 관심을 얻었습니다. 참신한 콘셉트의 짧은 광고와 마케팅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현대자동차, 다음엔 어떤 시도로 모두를 놀라게 할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