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된 아파트 전세 5억 원
웹툰작가 기안 84도 놀란 노후도
전셋값은 천정부지 상승

기안 84가 세 들어 사는 낡은 소형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는 4~5억 원입니다. 4~5억 원이면 경기도 어지간한 도시의 새 아파트와 같은 가격입니다. 시설만 봐서는 태어났으니 사는 기안답게 사업장 옆이라 그냥 들어왔겠구나 싶겠지만, 사실 이 아파트는 서울 사람도 못 들어와 안달인 아파트입니다. 대체 이 낡은 아파트에 어떤 매력이 있기에 그런 걸까요? 

◎ 핵심은 아파트가 아닌 ‘과천’

기안이 입주한 아파트는 40년 된 주공 아파트입니다. 그래서 실내를 보면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죠. 실제로 건물 자체가 노후화되어 생활에 불편함이 많습니다. 인테리어도 과거 옥색 몰딩이 대부분에 심지어 칠이 벗겨진 곳도 한두 곳이 아닙니다. 

이처럼 낡았지만, 이 아파트의 전세가와 거래가는 모두 상승하고 있습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동향 자료에 따르면 과천시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예로 2018년 입주한 과천의 래미안 센트럴 스위트 전용 59㎡는 2018년 11억 2000만 원에 거래되었으나 현재 14억 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로는 과천시의 입지 외에도 각종 개발호재 때문입니다. 과천은 GTX-C 노선이 예정되어 있으며 지식 정보타운의 조정·정비 사업이 본격화된 상태입니다. 또 위로는 4호선을 통해 2호선 사당역 7호선 이수역 9호선 동작역으로 갈아탈 수 있고 아래로는 분당, 성남으로 이동이 편리해 강남 업무 단지와 경기도 핵심 도시로의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 갭투자할 곳도 없는데 전셋값은 천정부지

대한민국 부동산 가격을 견인해 온 것은 전셋값의 영향이 큽니다. 전세는 사실상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입주를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는 방식입니다. 집주인들은 전셋값에 자신의 돈 또는 은행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매했죠. 그렇게 구매한 아파트를 또 전세 주고 그 전세금으로 새로운 아파트 사는 일을 반복한 것이 당시 유행했던 갭투자입니다. 

당시 집주인 중에는 더 비싼 아파트를 사기 위해 전세금을 높이는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에서는 갭투자를 막기 위해 대출 규제부터 양도세, 다주택자 과세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죠. 때문에 아파트 구입이 멈추면서 세입자들은 과거와 달리 전세금을 높여달라는 압박을 덜 받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 속 과천의 전셋값은 최근에도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요즘 과천에서는 전세물건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푸념도 들리죠. 과천의 한 부동산 중개사는 “1000가구 넘는 전용 84㎡도 한 달 새 5000만 원씩 오르는데, 매물이 없어 대기자가 줄 서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셋값이 천정부지 오르는데 왜 사람들은 여전히 과천에 몰리는 걸까요? 그 이유는 현재 아파트 청약시스템에 있습니다. 지금의 시스템은 당해 지역에 1년 이상(현재는 2년) 거주한 무주택자에게 1순위 우선권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구가 적은 과천은 2018년부터 5개 단지가 청약을 진행했지만 1순위에서 마감된 이력이 없습니다. 1년 이상 과천에 거주한 무주택자가 그만큼 적었다는 것이죠.

과천은 과거 분당이 ‘천당 위에 분당’으로 불릴 때도 분당보다 아파트값이 높았던 지역입니다. 게다가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로 청약이 ‘로또’가 된 상황입니다. 때문에 부동산 투자자에게 재건축이 진행되는 과천의 아파트는 1년만 전세 살면 ‘당첨이 확실한 로또’인 셈이죠.

◎ 과천시는 왜 인구가 적을까

준강남 대우 받는 과천시지만 왜 사람은 적을까요? 과천시는 관악산과 청계산 능선 사이에 위치한 서울의 정부 기능을 분담하기 위해 지어진 행정 도시입니다. 그래서 면적의 상당 부분을 정부 과천종합청사가 차지하고 있죠. 게다가 두 산의 능선 사이에 자리 잡은 만큼 거주할 수 있는 지역이 적어 면적이 35.9㎢로 33.3㎢인 구리시보다 크지만 인구는 3배 이상 적습니다.

대한민국 인구 집약 시설인 아파트가 적다는 점도 인구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면적의 50% 이상이 그린벨트인데다 서울랜드, 과천 저수지, 서울대공원, 동물원, 렛츠 런 파크 서울, 관문체육공원, 중앙공원, 문원체육공원으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공간이 매우 한정됩니다. 

일각에서는 과천 전세 열풍을 두고 ‘몸 테크’라고 평가합니다. 부동산에서 몸 테크는 돈 대신 몸을 희생해서 하는 재테크의 준말입니다. 재건축이나 청약 당첨을 위해 위처럼 낡은 아파트에 사는 것은 몸 테크의 일종이죠. 현재 과천은 청약 경쟁이나 금액이 강남 등 타 지역보다 낮아 20~30대 실수요자의 전세 수요가 몰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20~30대 청약 수요가 몰리는 이유는 청약 가점 때문입니다. 청약 가점이 낮아 사실상 청약통장이 유명무실한 20~30대에게 과천은 몇 안 되는 가능성 있는 지역입니다. 정부는 이들을 투기세력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어떻게든 자신의 집을 마련해보겠다는 이들의 움직임을 마냥 투기로만 볼 수 있을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글 박찬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