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높았던 지방대학의 위상
수도권 인구 비중 현재의 절반에 불과해
수능 첫 도입에 서울대 2위로 밀려나
대기업의 대학 경영 참여까지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 국숭세단 광명상가 한서삼. 어찌 보면 불경 같은 이 말은 국내 대학의 서열을 외우기 쉽게 요약한 것입니다. 대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듣게 됩니다. 그런데 이 서열은 2000년대 초 ‘서연고 서성 외한 중시 동경홍건단’에서 바뀐 것이었습니다. 대학교 서열이 고정되지 않음을 의미하는데요. 그렇다면 70년대 한국 대학 순위는 지금과 얼마나 달랐을까요?

◎ 70년대 대학, 일단 가는 게 목표였던 시대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라는 말이 설득력을 잃고 있습니다. 대학생 자체가 너무 많은 데다 대학 교육의 수준 자체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인서울 소재의 한 대학 어문학과 학생은 “학원에서 두 달이면 배울 걸 1년 내내 배운다”라고 표현하기도 했죠. 사실상 학문에 뜻이 없다면 대학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진학하는 게 현실입니다.

반면 70년대 대학생의 수는 약 15만 명 수준이었습니다. 2010년 기준 대학생이 332만 명으로 집계되었죠. 70년대는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이 이뤄지던 때였지만, 대학교가 많지 않아 지금처럼 대학교를 골라서 가기보단 어떤 대학이들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이마저 집안 형편이 넉넉해야 가능했죠.

◎ 지방대학이 강했던 70년대

지금은 수도권에 대한민국의 인구 절반이 거주하고 있지만, 70년대는 그나마 절반 수준인 25%만이 서울에 거주했습니다. 서울에 일자리가 많긴 했지만, 굳이 지방에서 올라올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지방 사람들은 서울대 합격이 아니라면 굳이 서울로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지방대학의 위상도 높았습니다.

인서울 대학교 대신 경남 사람이 부산대, 전남 사람은 전남대, 충남 사람은 충남대에 들어가는 것이 당시에는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75%에 달하는 지방 인구의 인재가 서울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지방 대학을 향하면서 서울 소재 대학교 학생들과 지방 대학 인재들 간의 차이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1976년 기준 대학 순위는 지금과 상당히 다른 결과를 낳았습니다. 1위는 부동의 서울대학교였지만 이하 순위는 사뭇 다릅니다. 당시 3위는 이화여자대학교, 4위 한국항공대학교, 5위 가톨릭대학교, 6위 부산대학교였습니다. 서연고의 고려대는 당시 7위, 성균관대는 8위에 불과했습니다.

◎ 서울 집중으로 천천히 무너진 지방대학

이후 지방대학은 일부 국립대를 제외하고 천천히 순위가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서울의 인프라 집중과 서울로의 집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점차 빨라졌습니다. 80년대에는 지하철 2호선이 개통해 2호선 대학교의 점수가 상대적으로 올랐습니다. 이후 서울은 자가용이 불편할 정도로 대중교통 인프라가 발전하게 됩니다.

또한 당시 일자리에서 중요하게 여겨졌던 ‘지연’, ‘학연’에서 서울권 대학 출신에게 서서히 밀리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90년대 중반인 1994년 인문계 대학 중 지방 대학은 10위권 밖으로 빌려나게 됩니다. 에스콰이어 한국에 따르면 수능 평균 커트에서 1위는 포항공대가 차지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부산대는 11위, 경북대는 13위에 위치했죠.

이후 90년대 들어 인서울 열풍은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지방대학에 합격해도 인서울 대학교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났습니다. 또한 1995년 김영삼 정부가 5.31교육 개혁을 시행하면서 대학교가 땅값이 비교적 저렴한 지방에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대학교가 흔해지며 오히려 서울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학의 가치가 상승해 현재의 대학교 서열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외에도 대학교의 서열 변화는 대학교 재단의 영향도 있었습니다. 대우그룹이 재단으로 있던 아주대는 90년대 이후 어려움을 겪었고, 성균관대학교는 삼성그룹을 재단으로 맞이한 이후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70년대 압도적이었던 서울대의 위상도 연고대에 많이 따라잡혔죠. 반면 3위였던 이화여대의 순위는 다소 내려갔는데요, 세대에 따라 “나 이대 나온 여자야”에 달랐던 반응이 대학교의 위상 변화를 실감하게 하네요.

글 박찬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