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기업들의 시장 독점
소상공인과 대기업 간 갈등 고조
독점 아닌 독점 브랜드들

공직자에게는 공직 윤리가 있듯 기업은 기업이 지켜야 할 기업 윤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이 사업을 전방위로 확장하고 독점하는 일이 빈번한 지금, 소상공인들의 생업과 관련된 업종을 고려하며 기업 윤리를 지키는 경우는 찾기 어려운데요. 이 때문에 소상공인과 대기업 간 갈등이 고조되기도 하죠.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분야는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파리바게뜨가 지배한 한국의 빵집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파리바게뜨 천국입니다.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파리바게뜨가 없는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인데요. 심지어 서울에는 큰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파리바게뜨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특이한 광경도 볼 수 있죠. SPC 그룹의 파리바게뜨는 1996년도부터 이미 가맹점 수 1,500개를 넘으면서 꾸준히 성장해왔는데요. 현재 국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시장의 5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은 물론 전국의 매장 수만 해도 약 3,500여 개에 달합니다.

파리바게뜨와 양대 산맥인 뚜레쥬르가 있지 않느냐는 반박이 있을 수도 있지만,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매장 수는 서울 기준 이미 500개 이상, 전국 기준으로는 3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매출 역시 2배 가까이 차이가 나죠. 이런 파리바게뜨의 상승세는 경쟁 프랜차이즈인 뚜레쥬르뿐만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동네 빵집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동네 빵집보다 파리바게뜨의 가맹점 수가 훨씬 더 많아지면서 빵 시장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아이스크림 시장 장악한 배스킨라빈스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에서는 SPC 그룹 배스킨라빈스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롯데 GRS에서 나뚜루 사업을 넘겨받은 롯데제과는 가맹사업 회생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고, 한국 철수라는 쓴맛을 봐야 했던 콜드스톤도 지난해 하반기 다시 매장을 오픈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요.

배스킨라빈스의 전국 점포 수는 2017년 1,326개 수준으로 명실상부한 업계 점유율 1위입니다. 업계에서는 배스킨라빈스 점유율이 90% 이상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요. 매출 규모로 보면 경쟁업체와의 차이는 더욱 심각합니다. 2017년 배스킨라빈스는 3,503억 원의 매출을 올린 반면 나뚜루의 지난해 하반기 매출은 약 350억 원 규모인데요. 사실상 경쟁업체라고 할 만한 곳이 없는 만큼 배스킨라빈스의 독주를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이네요.

◎ CJ 대한통운의 택배시장 독주

불과 몇 년 사이에 대기업들이 잇따라 택배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수많은 계열사의 자체 물량만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는 데다, 물류 및 택배사업을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인데요. 현재 국내 택배업계 1위는 바로 시장 점유율 49%를 자랑하는 CJ 그룹의 CJ 대한통운입니다.

CJ 대한통운의 전략은 간단합니다. 낮은 단가로 물량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 고밀도의 배송 전략을 추진한 후, 시장 지배적 위치에 오르게 되면 조금씩 단가를 올리는 것인데요. 실제로 CJ가 대한통운을 인수한 후 이러한 행보를 이어 왔습니다. 인수 당시 30%가 조금 넘었던 시장 점유율은 7년 만에 48%를 넘기며 안정적인 독주체제를 굳히게 되었죠.

◎ H&B 스토어의 절대 강자 올리브영

몇 해 전부터 H&B 스토어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곳은 올리브영으로 무려 80%의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죠. 올리브영의 2018년 매출은 1조 6,594억 원, 영업이익 759억 원을 기록하며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이뤄내고 있는데요. 경쟁사인 랄라블라와 롭스, 시코르 등 어떤 대항마를 갖다 대도 비교할 수준이 못되죠.

반면 유통 대기업인 신세계와 롯데는 H&B 스토어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신세계의 시코르와 롯데의 롭스는 올리브영에 비해 성장세가 지지부진한 상황인데요. 후발주자인 왓슨스는 랄라블라로 리브랜딩하는 승부수를 던지기까지 했지만, 압도적인 올리브영의 시장 판도를 뒤집지는 못했습니다. 사실상 국내 H&B 스토어 중에서는 올리브영이 독주체제를 완성한 상태라고 볼 수 있네요.

◎ 국내 침대시장, ‘한 가족’ 독점체제

국내 침대 시장은 독과점 시장입니다. 침대 브랜드 하면 떠오르는 딱 두 곳, 시몬스와 에이스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3위 업체인 썰타까지 포함하면 파이는 국내 침대 시장의 절반에 가까워지죠. 침대 기술 획득과 시장 진입이 반도체, 디스플레이처럼 까다롭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조금 의아한 수치입니다.

1963년 안유수 회장이 설립한 에이스침대는 2002년 장남인 안성호 대표가 물려받았고, 안 회장의 또 다른 회사였던 시몬스 침대는 차남인 안정호 대표에게 돌아갔습니다. 두 기업이 같은 뿌리를 가진 형제 회사인 셈이죠. 회사를 두 아들에게 물려준 안유수 회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침대 브랜드 썰타를 인수하기에 이르는데요. 업계 1~3위 업체를 한 가족이 운영하게 된 것이죠. 실제로 어느 회사도 과반을 점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상 한 가족이 독점하는 체제가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64살 국민 조미료 미원

국내 조미료의 대명사 미원은 발효 조미료로 오랜 시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국내에 산업적으로 만들어진 조미료가 처음 등장한 것은 일제시대인데요. 당시 일본산 조미료가 국내 조미료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죠. 이에 1956년 1월 대상 그룹의 창업주인 임대홍 창업회장이 수년간에 걸친 실험과 연구개발 노력 끝에 순수 독자 국산기술로 미원 브랜드를 만들었는데요. 맛의 원천이란 의미로 지어진 미원은 국산 조미료 1호로 소비자에게 각광받았습니다.

미원의 탄생을 시작으로 당시 일본산 조미료가 독점하고 있던 국내 조미료 시장은 한국산 조미료로 대체되기 시작했는데요. 이후 미원의 아성을 노리는 아류 조미료들이 쏟아졌지만, 모두 미원이 만든 시장 진입 장벽을 뛰어넘지 못했죠. 업계에 따르면 미원은 국내시장 점유율 95%를 기록하며 발효 조미료 시장의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 62억 캔 팔린 부동의 1위, 동원참치

‘참치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제품은 동원참치입니다. 명절 선물로도 빠지지 않는 참치캔은 1982년 동원참치가 첫 국산 참치캔으로 등장할 당시만 해도 낯선 식품이었죠. 하지만 시대에 맞는 마케팅 전략으로 1위 왕좌를 37년간 지키고 있는데요. 시장점유율만 무려 74%로 압도적입니다.

동원참치는 현재 단일 제품으로 매년 4,5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거둬들이는 국민 참치로 거듭났는데요. 지난해 말 기준 총 판매량만 62억 캔을 돌파했습니다. 국민 1인당 121.6개를 먹은 셈이죠. 사조해표와 오뚜기 등 후발주자들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여전히 동원참치가 참치캔 시장에서 1위를 독주하고 있는 모습입니다.